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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베트남미디어

【굿모닝 메세지】국민과의 대화법 (II) – 결정 전(前) 숙의(熟議)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미국 정치드라마 <웨스트 윙> (The West Wing)에서 명장면으로 꼽히는 몇 장면이 있다. 뉴햄프셔 주지사 출신으로 나오는 조사이아 바틀렛은 대통령 출마를 위해 뉴햄프셔주 주민들과 저녁 간담회를 하는 도중 자신에게 의회의원 세차례, 주지사에 두차례 투표를 했다는 농장 소유주로부터 질문을 받는다.

즉, 자신이 이렇게 많이 투표를 했는데 정작 바틀렛이 의회에서 뉴잉글랜드 낙농업 지원패키지에 반대표를 던지는 바람에 자신이 생산하는 유제품에 경제적 손실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저는 오늘 주지사께 ‘설명’을 듣기 위해 왔습니다” (I am here sir and I would like to ask you for an explanation). 바틀렛은 순간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쉬었고, 보좌진들은 터질게 터졌다는 표정이었다. 잠시 숨을 고른 바틀렛은 담담하게, 자신의 선택이 뉴햄프셔주 여러 낙농업자들에 타격을 준 것이 맞고 유권자들을 엿먹인 것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미국이 역사상 처음으로 어린이들이 빈곤층의 다수를 차지하는 현상이 발생했고, 5명중 1명이 빈곤층이라며 이들에게 받은 우유값이 낙농업자 주머니로 들어가 우유 구입에 부담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이 만약 자신의 이 선택에 화가 났다면, 그리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이와는 다른 선택을 원한다면, 다른 후보자를 찍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필자는 이 장면에서 두가지를 느꼈다. 한 가지는 다른 여러 독자들이 아마도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세상에 저런 정치인이 어디있나”라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드라마니까 가능한 이야기며, 현실정치에서 찾아보기 힘든 장면이라는 것이다.

 

우선 필자도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의 속성을 모를 리 없고, <웨스트 윙>에 그려진 정치인의 모습이 많은 부분 이상적이라는 데 동의한다. 정치인들은 책임질 일, 즉 다가올 선거에서 자기에게 안좋은 영향을 줄 선택을 하기 싫어한다는 점을 이해한다는 측면에서 주인공이 의회에서 유권자의 선호에 반하는 선택을 했다는 것은 결코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유권자의 재산이나 자유에 부담을 주는 선택은 정치인 자신도 선호하지 않는, 매우 인기가 없는 것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다른 한가지 느낀 점은, 유권자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것이었다. 저 드라마에서 정말 화가 난 낙농업자들은 저 간담회에 참여할 필요도 없었고, 머리에 띠를 두르고 행사장 밖에서 드러누울 수도 있었다. 플랭카드를 들고 “바틀렛은 사죄하라” 외칠 수도 있었다. 아니 그 이전에 바틀렛이 낙농업 지원패키지에 투표하지 못하도록 의사당 앞을 막아서며 방해공작을 벌였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저 유권자는 ‘설명’을 원한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정치인들이 국가에 이익을 주는 선택을 하기 원하지만, 그들이 늘 우리 입맛에만 맞는 정책을 결정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때로는 우리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이 결정되고 집행되기도 하며, 국가안보,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헌법규정(제37조)에 따라 기본권이 제한되는 정책이 입안되기도 한다. 헌법에 국민의 의무라는 규정이라는 것들이 나의 의사에 반하지만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 따라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웨스트 윙>의 바로 그 장면에서 느낀 생각은, 우리 국민이 원하는 것이 직접적인 혜택에 관한 것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어떤 정책과 국가의 결정에 대해 합당하고 이해할만한 설명 아닐까 라는데 이르게 되었다.

 

소양을 갖춘 시민(informed citizen)의 유익

전근대(pre-modern) 사회가 현대사회와 다른 점은 이성(reason)과 합리성(rationality)의 지배다. 독일의 정치철학자 하버마스(Habermas)는 인간이 이성적-사회적 동물이고 자아성찰이 가능한 존재이기 때문에 토론하고 타협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오늘날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참여가 보장된 사회에서 시민들은 어떤 사회 및 정책 문제에 대해서 정치적 담론형성과정에 참여가 가능하고, 토론을 통해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 나간다. 만약 정부가 어떤 의제와 대안들을 친절하게 설명한다면, 시민들은 어느 정도의 의견충돌은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건설적 토론을 통해 공론장에서 상호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숙의(熟議) 민주주의는 바로 그런 것이다. 얼마전 신고리원전을 둘러싸고 조직된 공론화 위원회를 생각해보자. 모든 정책이 이런 과정을 통할 수는 없어도, 국가적으로 중요한 정책에 관하여 일반 시민들이 공부하고, 토론한 결과 어떤 합의에 도달하지 않았는가? 내 공동체의 문제에 관심을 가진 ‘소양을 갖춘 시민’(informed citizen)의 적극적 참여는 문제해결형 민주주의,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만드는데 필수적이다.

 

사실 콥과 엘더(Cobb & Elder)라는 정치학자들이 제시한 정책 사이클에 따르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떤 사회문제가 공론화되고 정부의제로 발전되어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모색과 결정, 집행하는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는 당연시된다. 그런데 과거경험상, 민주화 이전 우리나라를 비롯한 권위주의 사회, 그리고 많은 동아시아 국가들은 어떤 사회문제에 대해 국가(정부)가 먼저 인지하고 난 후 정부의제로 진행되는 경험을 하였다. 이런 경우 시민들은 단지 통보(notified)를 받을 뿐 제대로 된 참여기회를 갖지 못한다. 개발시대에는 먹고 살기 바쁜 가운데 정부의 역할이 필수적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사회적 약자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고, 엘리트가 아닌 일반 대중은 어떤 다른 대안들이 존재했는지 알 기회도 보장받지 못했다.

 

더욱 큰 문제는 정보화 시대, 시민주권의 시대인 현재에도 이런 방식의 정책결정이 매우 흔하다는 것이다. 정치권,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한 시민은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판단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인터넷 검색한번 하면 다른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다. 소양을 갖춘 시민은 정부의 정책을 무력화할 수 있는 정보로 무장하게 되고, 이는 곧 사회적으로 비효율적인 대립구도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프레임 전쟁’이라는 용어처럼, 정치권이 내세우는 프레임과 시민이 내세우는 프레임이 극한 충돌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들은 가짜뉴스(fake news)이라는 바이러스의 숙성과 창궐에 아주 좋은 환경을 제공해 준다. 시민들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무엇인가 숨기는 것이 있는 것일까? 제대로 된 설명없는 결정과 정책은 반발과 부작용을 낳고 사회를 양분화 하는데 기름을 붓는 것과 같다.

 

옛날 기원전 아테네 민주주의 시대에는 일년에 한번씩 아고라 광장에 시민들이 모여 사회에 잠재적으로 위협이 되거나 독재의 위험이 있는 인물을 깨진 도자기 등에 이름을 써서 투표를 하였고,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자는 최대 10년간 해외추방이 되는 수모를 겪었다(도편추방, Ostracism). 다수 시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하면서도 아무 제재도 받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오늘날의 정치인들은 그리스 민주주의 시대에 비하면 정말 팔자가 좋은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시민들의 피드백과 의견이 필요한 중요한 정책들이 자세한 설명없이 진행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 기본소득제도 도입, 부동산세제 등 충분한 시간과 토론이 필요한 과제들이 말이다. 정치인들이여, 시민들은 자세한 설명을 원한다. 이것이 옳기 때문에, 이것만이 길이기 때문에 해야한다고 말하지 말라. 소양있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말라.

 

Fulbright University Vietnam 정책대학원 교수 배유일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USC) 정치학박사 | 전 싱가포르경영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한국의 이중적 지방 민주주의>, <Mega-Events and Mega Ambition> 등의 저서와 논문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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