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태양광 산업을 주도해온 중국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들이 심각한 공급 과잉과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면서 산업 전반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에 성공했지만, 과도한 생산능력 증설이 오히려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경제전문지 닛케이에 따르면 중국 주요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들은 정부 지원 정책에 힘입어 공격적인 생산 확대를 추진했으나, 시장 수요를 크게 초과하는 공급으로 인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최대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중 하나인 진코솔라(Jinko Solar)는 올해 1분기 매출이 122억 위안(약 18억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으며, 순손실은 13억 위안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업계 전반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5대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모두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들의 순손실 규모는 총 70억 위안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표 기업인 롱기 그린 에너지(Longi Green Energy)는 생산원가가 판매 가격을 초과하면서 영업 수익성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진코솔라와 트리나솔라(Trina Solar) 역시 일부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막대한 고정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많은 기업들이 사실상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설비 투자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생산을 중단할 경우 더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승자의 저주’에 빠진 중국 태양광 산업
중국은 최근 수년간 전기차, 리튬배터리, 태양광 패널을 이른바 ‘신(新) 3대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며 국가 차원의 지원을 확대해 왔다. 그 결과 중국 기업들은 현재 전 세계 태양광 패널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은 역설적으로 심각한 공급 과잉 문제를 낳았다.
정부 보조금과 금융 지원을 기반으로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생산 설비를 확대하면서 시장 수요를 크게 초과하는 생산능력이 구축된 것이다.
중국 주요 5개 태양광 기업의 연간 생산능력만 약 500GW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중국 전체 태양광 생산능력이 1,000GW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현재 전 세계 연간 태양광 설치 수요인 500~700GW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패널 가격 60% 하락…원자재도 폭락
과잉 공급의 직접적인 결과는 가격 폭락으로 이어졌다. 시장조사기관 CEIC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 가격은 2021년 최고점 대비 약 60% 하락했다. 태양광 패널의 핵심 원료인 폴리실리콘 가격 역시 2022년 고점 대비 약 85%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 가격 하락은 소비자에게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급격히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내 수요마저 감소
문제는 공급뿐만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쑤저우증권은 올해 중국 태양광 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태양광 신규 설치 규모는 50.9GW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50% 감소한 수치다.
국내 수요가 둔화되면서 중국 기업들은 해외 시장 의존도를 더욱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수출 환경도 이전만큼 우호적이지 않다.
중국 정부는 과도한 가격 경쟁을 억제하기 위해 태양광 패널 수출기업에 제공하던 부가가치세(VAT) 환급 혜택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왔으며, 올해 4월부터는 해당 정책을 전면 폐지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지나친 저가 경쟁을 완화하고 시장 가격 정상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차세대 태양전지 기술이 돌파구 될까
어려운 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중국 태양광 산업의 기술 경쟁력은 여전히 강력하다고 평가한다.
일본 하마긴연구소의 오쿠야마 요이치로 연구원은 “중국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기술 혁신과 생산 효율 개선에 투자하고 있다”며 “산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다시 성장 동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재 업계가 주목하는 차세대 기술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가볍고 얇으며 설치 유연성이 뛰어나 차세대 태양광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상하이에서 개최된 국제 태양광 및 스마트에너지 전시회(SNEC)에서는 다수의 중국 기업들이 최신 페로브스카이트 제품을 공개하며 기술 경쟁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향후 페로브스카이트 기술 상용화 여부가 중국 태양광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베트남 태양광 산업에도 영향 주목
전문가들은 중국 태양광 패널 가격 하락이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 국가들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확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중국 업체들의 공급 과잉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태양광 산업 전반의 수익성 악화와 시장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시장을 장악한 중국 태양광 산업이 과잉 생산이라는 ‘승자의 저주’를 극복하고 차세대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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