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시중 은행들이 자금 유치를 위해 수억 동 이상 예금에 연 8.5~9%에 달하는 고금리를 제시하며 치열한 예금 금리 인상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공식 공시 금리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지점별 인센티브와 우대 프로모션을 동원한 이른바 ‘협상 금리’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자본 조달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특별한 우대 조건이 없는 일반 13개월 만기 예금의 경우 사이공은행이 시장 최고 수준인 연 7.9%를, 12개월 온라인 예금은 SHB가 연 7.8%를 기록하고 있다. VIB, 사콤은행, OCB 등은 연 7% 내외, 국영 은행인 비엣틴은행, BIDV, 아그리뱅크 등은 연 6.5%대를 유지 중이다.
그러나 물밑에서 벌어지는 개인 고객 유치 경쟁은 공식 금리를 훨씬 웃돈다. 케이크 디지털 은행은 신규 또는 2억 VND 이상 예치 고객에게 연 최대 8.9%를 제공하고 있으며, VP은행은 수억 동 예금에 8.6%, TP은행과 HD은행 등도 프로모션을 통해 8.5%의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10억 동(한화 약 5,300만 원) 이상의 고액 예금의 경우 사콤뱅크나 남아은행 등 일부 금융기관 지점 창구에서 직원의 재량에 따라 연 9% 이상의 파격적인 협상 금리가 성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은행권이 금리 인상 공세를 펼치는 핵심 원인은 예금 증가 속도가 대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유동성 불균형에 있다. 팜찌꽝 베트남 중앙은행(SBV) 통화정책국장은 7월 초 기자회견에서 “예금 증가율이 대출 증가율을 지속적으로 하회하며 은행권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6월 15일 기준 대출 증가율은 6.38%를 기록한 반면, 예금 증가율은 4.3%에 그치며 작년 말 이후 금리 상승 압박을 지속적으로 키워왔다. 중앙은행은 대출 금리 안정과 경제 지원을 위해 과도한 금리 경쟁 자제를 거듭 촉구하고 나섰지만, 시장의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신용평가기관 VIS 레이팅은 최신 보고서를 통해 향후 중앙은행이 추진하는 신용 성장 지원 및 바젤 III(Basel III) 로드맵에 따른 유동성 기준 강화 정책으로 인해 예금 금리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단기자본의 중장기대출비율(SMLR) 상한선이 기존 30%에서 40%로 상향 조정됨에 따라 은행들의 부동산 및 인프라 부문 대출 여력은 확대되었으나, 이는 동시에 장기 대출을 위해 더 많은 단기자본을 끌어써야 함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만기 불일치와 차환 리스크가 커져 자본 수요가 더욱 급증할 전망이다. 기존에 중장기대출 한도에 근접했던 MB, OCB, VPBank, VIB 등의 은행들은 조달 압박이 가중될 수 있으며, 시장 유동성이 경색될 경우 자본 비용이 지난 2022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중앙은행이 기존의 대출예금비율(LDR)을 자금 안정성 중심의 대출예금비율(CDR)로 대체하고 바젤 III 기준 유동성 지표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려는 점도 변수다. 이는 은행들이 시장 자본(도매 자금) 의존도를 낮추고 고객 예금(소매 자금) 비중을 강제로 높이도록 만드는 규제다.
VIS 레이팅은 규제 전환기 동안 대부분의 시중 은행들이 아직 최대 CDR 기준인 85%를 맞추지 못한 상태라고 추정했다. 따라서 안정적인 예금 자산을 선점하려는 은행 간의 수신 경쟁은 2026년 하반기에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높은 자본 비용 기조가 꺾이지 않으면서 단기적으로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에 강한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고금리 예금 유치 경쟁이 장기화될 경우 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실물 경제 회복 속도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아 철저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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