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아파트 시장에서 입주를 앞둔 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잔금 납부 시점이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의 자금 부담이 커진 데다 높은 대출금리까지 겹치면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하노이 자람(Gia Lam) 지역에 거주하는 투이비(35) 씨는 지난해 말 약 30억 동에 분양받은 1베드룸 아파트를 두 달 넘게 매각하려 하고 있지만 아직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해당 아파트는 하노이 동부의 대규모 주거단지에 위치해 있으며, 현재 계약금의 절반을 납부한 상태다. 오는 9월 전체 분양가의 45%인 약 14억 동의 잔금을 납부해야 하지만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투이비 씨는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기존 계약 가격에서 1억5,000만 동을 추가 할인했지만 문의는 많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 호황기였을 때 매도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라며 "현재는 거래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는 이어지고 있다. 하노이 뚜리엠(Tu Liem) 지역의 투자자 투안 씨도 2024년 중반 탕롱대로 인근 신축 아파트를 약 40억 동에 분양받았지만 오는 10월 입주를 앞두고 잔금 약 20억 동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는 대출금리 상승까지 겹치자 2억 동을 할인해서라도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2024~2025년 분양시장에서 선분양에 참여했던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서면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으로 분석하고 있다.
베트남부동산중개인협회(VAR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잔금 납부 시기가 도래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가격 조정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2023~2024년 고점에서 분양받은 투자자들은 기대 수익률을 낮추거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자금 회수에 나서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밧동산(Batdongsan)의 거래 데이터에서도 주요 프로젝트의 가격 조정이 확인된다. 임페리아 솔라파크는 최고가 대비 12.6%, 루미 하노이는 9.5%, 케플러랜드는 8.6% 하락하는 등 일부 단지의 호가가 8~13% 낮아졌다.
현장 중개업계도 매도 물량 증가를 체감하고 있다. 하노이 동부 지역 아파트 전문 중개인은 올해 2분기 말 이후 재판매를 의뢰하는 고객이 연초보다 20~30%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음력 7월을 앞두고 거래가 둔화되기 전에 매도하려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Z Property의 팜 득 토안 대표는 "입주를 앞둔 시점에는 계약금의 45% 안팎을 납부해야 하는 만큼 자금 부담이 큰 투자자들이 대거 지분을 매각하는 현상이 반복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호황기에 높은 가격으로 분양된 단지일수록 후속 매수자의 부담이 커 거래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CBRE 베트남의 보 후인 뚜안 끼엣 주택시장 담당 이사도 현재 거래 대부분이 투자 목적에 집중돼 있으며 실수요자의 참여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CBRE에 따르면 하노이 중고 아파트 평균 가격은 ㎡당 약 6,000만 동으로 전 분기보다 3% 하락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여전히 13%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이 실수요자의 구매력을 넘어서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시장 유동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구매자는 관망세를 이어가면서 거래가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전문가는 현재 시장이 2007~2011년 부동산 과열 이후 신용경색과 거래 침체를 겪었던 시기와 유사한 위험 요인을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앞으로도 공급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2028년까지 하노이에서 약 80개 프로젝트를 통해 2만8,000여 가구가 신규 공급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닷싼 서비스(Dat Xanh Services)는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12~14%, 일부 변동금리 상품은 15~16%까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시장 평균 흡수율은 20~30%에 그쳐 지난해 하반기보다 약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망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하노이 아파트 시장의 매도 압력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입주 시기가 집중되는 단지에서는 잔금 마련을 위한 급매물이 추가로 늘어날 수 있으며,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경우 거래 회복도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비중을 줄이고 자금 계획을 재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은행과의 대출 구조조정 등을 우선 검토하고, 매각이 불가피할 경우에는 추가 손실을 키우기보다 적정 수준에서 신속히 유동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