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반도체 공장이 밀집한 지역일수록 아이들이 더 많이 태어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만들어내는 고소득 일자리가 젊은 부부를 끌어들이면서 출산율과 교육 수요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모습이 뚜렷하다.
한국일보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용인·화성·평택·이천(경기)과 청주(충북) 등 주요 반도체 팹이 있는 5개 지역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0.9로, 전국 평균 0.75보다 약 20% 높았다. 특히 삼성전자 캠퍼스가 있는 화성시 동탄 일대는 1.0에 달했다. 화성시에서는 지난해 8116명의 아기가 태어나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출생아를 기록했으며, 이는 경기도 전체 출생아의 10%를 넘는 수치다.
동탄에 거주하는 삼성전자 연구원 신정원(39)씨는 “이 동네 산부인과 의사들이 모두 쌍둥이 또는 세 자녀를 둔다”고 전했다. 그 역시 곧 출산을 앞두고 있으며 두 자녀를 계획 중이다. 반도체 관련 직종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보너스와 연봉 이야기가 일상적으로 오간다. 일부 직원들은 3년 안에 30억 원을 모으고 은퇴하겠다는 계획을 공공연히 말하기도 한다. 신씨는 “반도체 쪽이 의대보다 낫다는 말도 나온다”며 “호황이 이어지는 한 아이에게도 좋은 진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화성시 연구원의 10년 전입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순유입 인구 중 20·30대가 33.6%를 차지했다. 전입 이유로 취업이 36%로 가장 많았다. 국세청 자료 기준 화성시 근로자 1인당 평균 급여는 5348만 원으로, 서울 25개 구 중 15개 구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런 경제적 여유는 교육 투자로 이어진다. 동탄 일대에는 대치동을 넘는 학원이 밀집해 있고, 일부 학원은 대기를 걸어야 할 정도로 수요가 높다. 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는 의대만큼이나 공학계열, 특히 반도체 관련 진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지역 인구 구조와 출산 패턴을 바꾸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소득 일자리가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고, 이들이 다시 자녀를 낳고 교육에 투자하는 선순환이 반도체 클러스터 지역을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전국적인 초저출산 기조 속에서 이 같은 지역적 특성이 얼마나 지속될지, 산업 경기 변동에 얼마나 민감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GM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