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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국제/유통] 음료에서 전기차까지…동남아시아를 장악하는 ‘C-브랜드’의 공습

믹수·차지·팝마트·샤오미 이어 BYD·GAC까지…가격 넘어 디자인·기술로 소비자 공략
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 시장 빠르게 잠식…아세안 기업들, 중국 브랜드와 경쟁 본격화

동남아시아 소비시장 곳곳에서 중국 브랜드를 의미하는 이른바 ‘C-브랜드’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저가 음료 체인부터 화장품과 패션, 장난감, 전자상거래,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중국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디자인과 기술력, 브랜드 경험을 앞세워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과거 중국 제품에 따라붙던 ‘저가·저품질’이라는 이미지도 빠르게 희미해지는 모습이다. 이제 중국 브랜드는 저렴한 제품을 넘어 프리미엄 쇼핑몰과 전기차 시장까지 진출하며 기존 일본·한국·서구 브랜드가 차지했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방콕 일상을 바꾼 중국 브랜드

 

방콕의 직장인 타나왓(34) 씨의 하루는 중국 브랜드와 함께 시작된다. 그는 중국 전기차 BYD ‘아토 3(Atto 3)’로 출근하고, 출근길에는 중국 음료 체인 ‘믹수(Mixue)’에 들러 20바트 수준의 레모네이드를 구입한다. 여유 시간에는 중국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을 이용하고, 영상 속 링크를 통해 틱톡샵(TikTok Shop)에서 제품을 구매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태국에서 중국 브랜드는 주로 저렴한 제품을 의미했다. 그러나 현재는 식음료와 패션, 화장품, 전자제품, 자동차까지 소비자의 선택 영역이 크게 확대됐다. 중국 기업들의 동남아시아 진출 방식이 인프라와 제조업 중심에서 소비시장 직접 공략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고급 쇼핑몰까지 진출한 C-브랜드

 

방콕의 대표적인 고급 쇼핑몰인 아이콘시암(Iconsiam)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존재감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패션 브랜드 어반 리비보(Urban Revivo), 인기 캐릭터 상품으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팝마트(Pop Mart), 전자제품 기업 샤오미(Xiaomi) 등이 입점해 있다.

 

프리미엄 중국 차 브랜드 차지(Chagee)는 명품 및 고급 브랜드가 주로 자리 잡는 쇼핑몰 1층 핵심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차지의 음료 가격은 약 120바트로 현지의 저가 음료와 비교하면 결코 저렴하지 않다. 하지만 매장에는 태국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차지 관계자는 초기에는 중국인 고객 비중이 높았지만 현재는 연령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태국 소비자들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명인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협업한 상품을 출시할 경우 매장 오픈 전부터 긴 줄이 형성되기도 한다. 젊은 소비자들에게 중국 브랜드가 더 이상 낯선 브랜드가 아니라는 점도 주목된다.

 

‘C-뷰티’도 태국 젊은층 공략

 

중국 뷰티 브랜드의 성장세도 뚜렷하다. 방콕 유니온 몰(Union Mall)에서는 주디돌(Judydoll) 등 중국 화장품 브랜드가 주요 매장 진열대를 차지하고 있다. 태국 소비자 사이에서는 이른바 ‘중국 언니(Chinese sister)’ 스타일의 메이크업도 유행하고 있다. 화려하고 선명한 색감과 중국에서 확산되는 뷰티 트렌드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태국 젊은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전달되면서 중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 브랜드가 단순히 저렴한 제품을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소비 트렌드 자체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의미다.

 

틱톡샵, 동남아 전자상거래 시장 급성장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영향력은 더욱 두드러진다. 동남아시아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쇼피(Shopee), 틱톡샵(TikTok Shop), 라자다(Lazada)는 모두 중국 자본 또는 중국 기업과의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특히 틱톡샵의 성장세가 빠르다. 동남아시아에서 틱톡샵의 연간 총거래액(GMV)은 2022년 44억 달러에서 지난해 456억 달러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소셜미디어 콘텐츠와 쇼핑을 결합한 틱톡샵은 중국 브랜드와 동남아시아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새로운 유통 채널로 자리 잡고 있다.

 

일본차 중심이던 태국…중국 전기차가 도로 장악

 

중국 브랜드의 공세가 가장 극적으로 나타나는 분야 가운데 하나는 자동차다. 태국은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기업의 생산기지가 자리 잡고 있어 오랫동안 일본차의 아성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함께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BYD, GAC, 창안(Changan) 등 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태국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며 기존 일본 자동차 업체의 시장 지형을 흔들고 있다.

 

방콕의 택시기사 아피스(48) 씨도 지난해 휘발유 차량인 도요타를 처분하고 GAC의 전기차 ‘아이온(Aion)’으로 교체했다. 그는 일본차를 선호했지만 중국 전기차의 파격적인 할인과 낮은 유지비 때문에 구매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내 디자인과 편의사양에도 만족한다고 평가했다. 가격 경쟁력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출발점이었다면, 디자인과 편의사양, 기술력이 구매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베트남·인도네시아에서도 중국 브랜드 확산

 

중국 브랜드의 영향력 확대는 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연구진은 베트남이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의 소프트파워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국가 가운데 하나였지만 최근 ‘조용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트렌디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을 결합한 중국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베트남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쉐, 순이익 22조 동 돌파에도 베트남 매장 축소…‘양보다 질’ 전략 전환

 

인도네시아에서는 중국 음료 브랜드 믹수의 확장이 두드러진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빈 상가만 생기면 믹수가 들어선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매장 확대 속도가 빠르며, 지난해 현지 매장 수가 2,600개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틱톡샵 역시 인도네시아 최대 토종 전자상거래 플랫폼 토코피디아(Tokopedia)의 지분 75%를 인수하면서 현지 온라인 소매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했다.

 

각국 정부도 대응책 마련

 

중국 브랜드의 빠른 확산에 동남아시아 각국 정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은 중국 전기차 브랜드에 대한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빈패스트(VinFast)를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태국은 초저가 중국산 제품에 적용해온 관세 면제 혜택을 폐지하는 등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전기차에 대해 ‘TKDN’으로 불리는 현지 부품 사용 요건을 적용하고 있으며, 현재 약 40% 수준인 현지화 비율을 2027년에는 60%까지 높일 계획이다.

 

그러나 중국 기업의 막대한 생산 규모와 공급망, 자본력을 고려하면 이러한 정책만으로 시장 확대 흐름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격에서 브랜드·문화 경쟁으로

 

전문가들은 중국 브랜드의 경쟁력이 단순한 가격 경쟁력을 넘어섰다는 점에 주목한다.

 

중국 기업들은 대규모 생산체계와 광범위한 공급망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제품의 품질과 기술력을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 여기에 팝마트와 차지, 틱톡 등 콘텐츠와 문화적 매력을 결합한 브랜드들이 젊은 소비층을 끌어들이면서 중국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태국개발연구원(TDRI)의 노라닛 비소냐붓 선임 연구원은 중국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와 광범위한 공급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라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태국을 비롯한 아세안 기업들이 가격 경쟁만으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아세안 소비시장, ‘C-브랜드 시대’ 본격화

 

동남아시아에서 진행되는 중국 브랜드의 확장은 단순한 제품 판매 확대가 아니다. 음료 한 잔에서 시작해 화장품과 패션, 온라인 쇼핑, 전기차로 이어지는 중국 브랜드의 확산은 소비자의 일상과 유통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브랜드와 콘텐츠가 동시에 확산되고,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구매까지 연결되는 구조는 중국 브랜드의 동남아시아 시장 진입 속도를 더욱 빠르게 만들고 있다.

 

각국 정부가 자국 기업과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과 공급망, 기술력, 자본력을 동시에 고려하면 경쟁 구도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아세안 기업들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산업에서 중국 브랜드와 정면으로 가격 경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자국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브랜드와 기술, 현지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차별화하는 전략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아시아 소비시장에서 중국 브랜드가 ‘저가 제품’이라는 과거의 이미지를 넘어 하나의 생활문화와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향후 시장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GMV(출처: 코리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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