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테크놀리지: 스마트폰 '사슬 묶기'…젊은 층, 디지털 단절 추구

  • 등록 2025.10.15 10: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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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연결의 시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스마트폰을 벽에 걸거나 블루투스 유선전화로 전환하는 '사슬 묶기'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기술 의존에서 벗어나 단순한 삶을 추구하며, 스마트폰과의 물리적 거리두기를 통해 정신적 자유를 찾고 있다.

 

 

스마트폰 과의존 깨닫고 실험 나선 젊은이들

 

뉴욕의 테크 문화 작가 티파니 응(24)은 아이폰에 지나치게 의존한다고 느껴 일주일간 실험을 진행했다. 그녀는 아이폰을 충전한 뒤 끈으로 묶어 벽에 걸고, 집 밖으로 가져가지 않거나 재충전하지 않았다. 필요 시 사용할 수 있도록 끈 위에 의자를 놓았지만, 불편함 덕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처음 며칠은 집에 돌아와 전화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점차 그 갈망이 사라졌다. 놀랍게도 전화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거의 잊어버렸다. 공원에서 친구를 만나거나 카페에서 일할 때 주변 세계에 더 집중하게 됐다. 실험 후 그녀는 전화를 다른 방에 두거나 외출 시 집에 두는 습관을 유지하며, Z세대 다수가 단순한 기술과 삶의 경험을 갈망한다고 믿는다.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 통계로 드러나

 

2023년 말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40% 이상(30세 미만은 62%)이 스마트폰을 거의 끊임없이 사용한다. 갤럽 조사에서는 30세 미만 성인의 81%가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든다고 답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2010년 미국 성인의 63%가 유·무선 전화를 모두 사용했지만, 2022년에는 73%가 유선전화를 사용하지 않았다. AT&T는 지난해 캘리포니아에서 유선전화 서비스 종료를 제안하며 이를 “불필요한 역사적 유물”로 불렀다.

 

유선전화로의 회귀, 새로운 방식으로

 

일부 미국인은 스마트폰을 버리고 구식 전화로 돌아가려 한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잠시 벗어나되 현대 기술의 편리함을 완전히 포기할 준비는 되지 않았다. 이에 스마트폰을 벽에 연결하거나 거치대에 걸어 ‘유선전화’처럼 사용하는 창의적 방법을 고안했다.

 

덴버의 소프트웨어 영업사원 매디 디비코(31)는 기술 의존과 즉각적인 메시지 응답 압박에 질렸다. 어린 시절 유선전화를 그리워하며, 퇴근 후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싶었다. 그녀는 점토로 전화 거치대를 만들어 주방 근처 벽에 부착하고, 퇴근 후 스마트폰을 그곳에 두었다. 처음엔 자주 웹 서핑을 위해 돌아갔지만, 곧 저녁 내내 두는 습관이 생겼다. 디비코는 “연결을 끊으니 정신적으로 자유롭고 편안하다”고 말했다.

 

그녀의 화면 시간은 하루 약 3시간 줄었고, 요리·공예·자연 관찰 등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친구들이 저녁 식사에 올 때 전화를 식탁에서 치우도록 요청하자 대화가 더 깊어졌다. 디비코가 만든 전화 거치대 틱톡 영상은 약 100만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수백 명이 유선전화 습관으로 돌아가려 한다고 답했다. 그녀는 “사람들은 혼란과 방해 없는 단순한 삶을 원한다”고 전했다.

 

심리적 거리두기의 효과

 

UCLA 학자·스토리텔러 센터 설립자 얄다 울스(Yalda Uhls) 심리학자는 젊은이들이 스마트폰 중독을 인식하고 줄이려 노력한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에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그 깊이가 얕다고 느끼며, 일부는 하버드 대학원생이 만든 용어 ‘앱스티넌스(appstinence)’ 운동을 지지한다.

 

울스는 전화와의 물리적 거리두기가 큰 차이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전화를 책상에 뒤집어 놓거나 주머니·가방·다른 방에 두는 실험에서, 다른 방에 둔 이들이 최고 성과를 보였다. “전화가 시야에 있으면 손에 들고 싶다. 시야에서 사라져야 비로소 생각을 멈춘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전했다.

 

블루투스 유선전화로 절충

 

완전히 현대 기술을 버릴 준비가 되지 않은 이들도 있다. AI 교육 미디어 CatGPT 설립자 캐서린 괴츠(Catherine Goetze)는 스마트폰의 제약에서 벗어나되 연결을 유지하고 싶었다. 몇 년 전, 그녀는 오래된 회전 다이얼 전화를 구입해 특수 부품으로 블루투스 장치로 개조했다.'

 

 

스마트폰에 전화가 오면 유선전화가 울리며, 화면 알림에 방해받지 않고 통화할 수 있다. 번호를 다이얼하거나 시리를 통해 이름을 불러 통화를 요청할 수도 있다. 괴츠가 이 전화를 소개한 영상을 올리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고, 이를 계기로 블루투스 전화 제작·판매 스타트업 피지컬폰스(Physical Phones)를 설립했다. 판매 첫 72시간 동안 11만 8,000달러 선주문을 받았다.

 

괴츠는 “아무도 현대 기술 없는 세상을 원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기술에 지배당하지 않고 적절히 사용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삶의 방식, 디지털 디톡스

 

스마트폰 ‘사슬 묶기’ 트렌드는 젊은이들이 디지털 과부하에서 벗어나 삶의 본질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단순화된 기술과 물리적 거리두기는 정신적 여유와 더 깊은 인간관계를 선사하며, 현대 기술과 전통적 삶의 균형을 찾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예훈 기자 pmhherolyh1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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