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공세에도 중국이 올해 1~11월 무역흑자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사상 처음으로 11개월 만에 달성한 기록으로, 작년 연간 흑자(9920억 달러)를 이미 초과했다.
중국 해관총서가 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11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3조4000억 달러, 수입은 0.6% 감소하며 흑자가 1조760억 달러에 달했다. 11월 단독 흑자는 1116억8000만 달러로 사상 세 번째 규모다.
시장 다변화와 제조업 경쟁력… 미국 의존 탈피 성공
미국으로의 수출은 관세 영향으로 18.9% 급감했으나, 유럽(8.9%↑), 동남아(14.6%↑), 아프리카(27.2%↑) 등 비미국 시장 공략으로 이를 상쇄했다. 일부 우회 수출(제3국 경유 재수출)도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성공 비결은 강력한 제조업 기반이다. 시진핑 주석이 10년 전 발표한 ‘중국제조 2025’ 전략으로 전기차·리튬배터리·반도체·태양광 등 첨단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했다. 노무라 증권은 지난 5년간 중국 수출이 45%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해관총서 왕준 부국장은 “완비된 산업 공급망과 첨단 산업 추진력, 수출업체의 끈기”를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은 소셜미디어에서 “중국 상품의 품질과 저가격은 보호무역으로 지울 수 없다”며 “공급망 경쟁자 부재”를 강조했다.
지속 가능성 논란… 내수 부진·보호무역 확산 우려
그러나 전문가들은 흑자 급증이 국내 소비 부진과 과잉 생산을 반영한다고 지적한다. 주택 가격 하락과 청년 실업으로 내수가 위축된 가운데, 수출 의존이 심화되고 있다.
EU·인도·브라질 등은 중국의 ‘저가 공세’를 ‘덤핑’으로 규정하며 관세·반덤핑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중국 방문 후 “무역 불균형이 지속되면 신규 관세 부과 가능”을 경고했다.
경제학자들은 “내년 수출 성장세는 둔화될 것”이라며 “내수 진작 없이는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정부는 국내 수요 확대를 강조하지만, 1조 달러 흑자가 불러올 글로벌 반발이 새로운 도전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