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별하지 않는다’로 세계를 울리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

  • 등록 2026.03.28 1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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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사랑을 끝내지 않는 이야기

한강(55)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영어판(영어제목 ‘We Do Not Part’)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았다. 소설 부문에서 한국 작가의 작품이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5년 출간 도서 시상식에서 이예원과 페이지 모리스가 번역한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영어판을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이날 한강 작가의 소설과 함께 후보에 오른 작품은 캐런 러셀 <해독제(The Antidote)>, 케이티 기타무라 <오디션(Audition)>, 솔베이 발레 <부피 계산에 관하여 3(On the Calculation of Volume(Book III)> 앤절라 플러노이 <야생지(The Wilderness)> 등이었다. 

 

한국 작가의 작품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은 것은 최돈미 시인이 번역해 2023년 출간한 김혜순 시인의 시집 <날개 환상통>(영어제목 ‘Phantom Pain Wing) 이후 두 번째이자 소설 부문 최초 수상이다. 

 

NBCC는 <작별하지 않는다>(‘We Do Not Part’)를 수상작으로 발표하며 “제주 4.3 사건의 여파가 남긴 트라우마를 섬세하게 그려냈다”며 “상실 속에서 창조와 진실에 대해 천착한 고찰”이라고 평했다. 이어 “이 예술적인 소설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압도적인 꿈처럼 긴 여운을 남긴다”고 덧붙였다.

 

조용하지만 깊게 스며드는 문장이 있다. 그리고 그 문장은 때로 국경을 넘어 인간의 가장 내밀한 기억을 흔든다. 작가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그랬다. 이 작품의 영어판 『We Do Not Part』가 미국 문학계의 권위 있는 상인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이 또 한 번 세계 문학사의 깊은 곳에 이름을 새겼다.

 

“끝내 작별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의 힘

 

이번 수상은 단순한 문학적 성취를 넘어선다.
한국 작가의 작품이 NBCC 소설 부문에서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NBCC는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해
“제주 4·3 사건이 남긴 트라우마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라며,
“상실 속에서도 창조와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고찰”이라고 평했다.

그 평가는 곧 이 작품의 본질을 꿰뚫는다.
이 소설은 단순한 서사가 아니라,
잊히지 않는 기억과 사라지지 않는 감정,
그리고 끝내 놓지 않으려는 인간의 의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세 여성의 시선으로 그린 ‘기억의 서사’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이라는 비극적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사건 자체를 설명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세 여성의 시선을 통해
고통이 어떻게 개인의 삶 속에 남고,
그 기억이 어떻게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지를 조용히 비춘다.

한강 특유의 시적인 문장은
폭력과 상실을 직접적으로 외치지 않으면서도
독자의 마음 깊은 곳에 잔잔한 파문을 남긴다.

 

번역을 넘어 ‘연결’이 된 언어

 

이번 수상의 또 다른 주인공은 번역가들이다.
이예원과 페이지 모리스는 한국어의 결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영어 독자에게 작품의 감각을 온전히 전달했다.

한강은 수상 소감에서
“내 모국어에서 영어로 놀라운 연결을 만들어준 번역가들에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번역’이 아니라 ‘연결’이라는 표현은,
이 작품이 단순히 다른 언어로 옮겨진 것이 아니라
다른 문화 속에서 다시 살아났음을 의미한다.

 

“우리 안의 빛을 믿는다”

 

작가는 또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여전히 우리들 안에 깜빡이는 빛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다.”

이 문장은 『작별하지 않는다』의 핵심이기도 하다.
비극과 상실을 다루면서도
결국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사랑과 기억이라는 믿음이다.

그는 과거 작품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통해
인간 존재와 폭력, 그리고 존엄에 대한 질문을 던져왔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는 그 질문을
‘애도와 지속’이라는 더 깊은 차원으로 확장시켰다.

 

한국 문학, 세계의 기억이 되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이미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2024),
일본 요미우리문학상(2025) 등을 수상하며
세계 각국에서 주목받아왔다.

이번 NBCC 수상은 그 흐름의 정점이자,
한국 문학이 더 이상 ‘지역 문학’이 아니라
보편적 인간 경험을 다루는 세계 문학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기억을 지우지 않겠다는 다짐,
사랑을 끝내지 않겠다는 결의.

그 조용한 문장이
이제는 세계 독자들의 마음 속에서도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전미도서비평가협회 (NBCC) 소개

 

NBCC (National Book Critics Circle)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문학 비평가 단체 중 하나로, 출판·언론계의 전문 비평가들이 중심이 되어 운영되는 비영리 단체다.

1975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이 제정된 이래 영어로 쓰인 소설이 아닌 번역 소설이 이 상을 받은 것은 '작별하지 않는다'가 세 번째다. 앞서 2001년 독일 작가 W.G.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 2008년 칠레 출신 로베르토 볼라뇨의 '2066'이 소설 부문 상을 탔다.

 

시 부문에서는 최돈미 시인이 번역한 김혜순 시인의 시집 '날개 환상통'(영어 제목 'Phantom Pain Wings')이 2024년 한국인 최초로 이 상을 받은 바 있다. 번역 시로 수상은 처음이었다.

 

NBCC는 매년 영어로 출판된 최우수 도서를 선정해 자서전·전기·비평·소설·논픽션·시 등 6개 부문에 걸쳐 시상한다. 미국 언론·출판계에 종사하는 도서평론가들이 엄격한 잣대로 분야별 최고 도서를 선정한다는 점에서 퓰리처상 및 전미도서상과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가장 권위 있는 도서상 중 하나로 꼽힌다.

@GMVN(한국아트넷뉴스 제공)

 

이정국 기자 jkangli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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