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캐디와 다투는 골퍼
얼마 전에 회원님의 초청으로 라운드를 나간 적이 있습니다. 평소에 제가 필드레슨을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필드레슨 차원이 아니고 함께 꼭 한 번 만이라도 라운드를 하고 싶다고 해서, 흔쾌히 라운드를 갔었습니다.
물론 회원님만 제가 아는 분이었고 나머지 두 분은 모르는 분들로 처음으로 같이 라운드를 하게 된 분들이었습니다. 처음 뵙는 분들이라 라운드 전에 미리 인사를 할려고 서둘러 복장을 갖추고 1번홀 티잉그라운드로 향했습니다.
아직 준비가 덜 되었는지 두 분은 나오질 않았고, 회원님만 나와 계셨습니다.
저를 본 회원님이 제 손을 이끌더니 나즈막하게 이야기를 꺼내 놓는데, 오늘 두 명중 한 명이 회원님이랑 친한 친구인데, 실력이 싱글핸디캡인 그 친구와 라운드를 하면 본인의 점수가 평소보다 형편없이 나온다고 하면서 저 보고 그 사람의 행동에 너무 신경을 쓰지 말라고 하는 겁니다.
제가 평소에 회원들에게 매너와 에티켓 그리고 동반자 매너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것을 충분히 아시는 회원님인데도, 그런 말씀을 하시기에 충분히 짐작이 가는 동반자이겠구나 하고 두 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라운드속에 별의별 동반자들과 게임을 해 본 필자인데도 회원님의 이야기에 살짝 긴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잠시후 두 분이 함께 재미난 이야기를 하는지 큰소리로 호탕하게 웃으면서 티잉그라운드로 왔습니다.
짧게 인사를 한 후 바로 회원님이 먼저 티샷을 했습니다.
제 회원님은 부담속에서도 멋진 티샷해 냈고 두 분 역시 싱글 핸디 캐퍼답게 멋진 티샷을 하면서 아웃코스 1번홀을 즐겁게 출발 했습니다. 멋진 세컨드샷을 하고, 모두 그린주변에서 다음샷을 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였습니다.
역시나 회원님의 말대로 그 친구분은 멋지게 투온을 해서 버디 찬스의 퍼팅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 분의 지인도 퍼팅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안타깝게 제 회원님만 온그린 못하고 20야드 남짓 어프로치샷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제 회원님이 신중하게 어프로치샷을 준비중인데, 회원님 친구분이 캐디와 퍼팅 라인에 대해 상의? 하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는 겁니다. 회원님은 계속 신경이 쓰여서 인지 샷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분은 계속 캐디와 라인이 맞느니 틀리느니 다툼? 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못해 제 회원이 어프로치샷을 했는데, 신경이 쓰여서 인지 탑 볼을 쳐서 건너편 벙커속으로 볼이 날라가 버렸습니다.
제 회원이 순간 먼 하늘을 쳐다보는데, 얼굴에 친구를 원망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본인 친구의 미쓰 샷에도 아무런 반응도 없이, 그 친구분은 홀까지 갔다 왔다 하면서 여전히 캐디랑 라인 다툼을 하고 있었고, 제 회원이 벙커 탈출샷을 마칠 때까지도, 큰소리로 캐디와의 긴 상담과 다툼은 계속 되었습니다.
다행히 제 회원님은 벙커에서 무사히 탈출해서 홀근처 3야드 지점 정도에 볼을 안착 시켰습니다.
제 회원님이 볼 마커를 한후에 그 친구분이 버디퍼팅을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7,8야드 정도 거리의 버디 퍼팅이었지만, 버디는 차치하고 파도 쉽지 않을 거리만큼 홀을 지나 1.5야드 정도에 가서 볼이 멈추어 섰습니다.
친구분은 기대했던 첫 홀 버디가 무산된 게 못내 아쉬웠던지 캐디보고 큰소리로 볼마커를 지시하고는 캐디에게 라인에 대한 원망을 쏟아 붓기 시작했습니다.
곧 이어 제 회원님이 보기 퍼팅을 준비하고 셋업을 했는데, 그 친구분은 그때도 역시 계속 앞선 버디퍼팅 라인에 대해 캐디에게 네가 본 게 잘못 되었고 내가 본 게 맞았다며 계속 다투고 있었습니다.
결국 제 회원은 투퍼팅으로 마무리하고 더블보기 스코어를 첫 홀부터 내버렸습니다.
그때까지도 캐디와 다툼? 을 하던 친구분은 편치 않은 불편한 표정으로 퍼팅을 할려고 셋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셋업 자세를 풀더니, 함께 온 본인 지인의 캐디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그 친구의 지인과 제 회원님의 표정은 멘탈이 붕괴된 듯한 표정이었고, 저 역시 멘탈관리가 순간적으로 힘들 정도였습니다.
불행히도 파 퍼팅 마저 실패하자, 그 친구분은 분에 못 이겼는지, 큰 소리로 욕을 내 벹는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다음홀로 이동하는 카트속에서 제 회원님은 안절부절하면서 저한테 죄송하단 말만 계속 했습니다. 저는 괜찬다고 말씀드리고 편하게 라운드 하자고 하면서 악몽같은 그날의 라운드를 힘겹게 마친 기억이 있습니다.
골프는 멘탈이 게임에 중요한 영향을 주기에, 게임 집중을 위한 섬세/예민함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무던함으로 게임에 다가설 필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원치 않았지만, 매너 안 좋은 골퍼와의 라운드를 만났다 하더라도, 어떤 멘탈로 어떻게 게임을 하느냐가 중요한것 같습니다.
제가 다음 홀로 이동하면서 제 회원님께 드린 말씀이, 저는 라운드 하면서 동반자 대하기를 이 사람과는 이번 라운드가 마지막 라운드이다 라는 마음으로 좋은 이미지를 남길려고 노력하면서 라운드를 한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그 말뜻을 헤아리셨는지, 회원님은 그 다음홀부터 완전히 다른 샷과 게임 멘탈로 확 달라진 모습을 본인의 점수로 제게 확인 시켜 주면서 멋진 라운드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좋은 스코어 보다는 기억에 남는 동반자의 독자분이시길 희망하면서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