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대규모 국제 연구 결과, Z세대(10대 후반~20대 초반)의 정신적 불행감이 부모 세대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 위기”라며 스마트폰·SNS 확산과 맞물린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고 경고한다.
영국 PLOS One 학술지에 27일 공개된 논문은 미국인 1천만 명, 영국 가구 4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담았다. 전통적으로 ‘행복 U자 곡선’이라 불리던 패턴—20대에 비교적 행복하다가 40~50대에 가장 우울해지고 노년기에 회복되는 경향—이 무너지고,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행복해지는 ‘스키 슬로프’형 곡선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데이비드 블랜치플라워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는 “특히 젊은 세대, 그중에서도 여성들의 ‘정신적 절망감’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이는 단순한 세대별 성격 차이가 아니라 전 지구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스마트폰·SNS, ‘불행 세대’의 주범?
전문가들은 스마트폰과 SNS 확산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알렉스 브라이슨 영국 UCL 교수는 “단순한 상관관계를 넘어, 화면 사용이 정신건강에 직접적 악영향을 준다는 인과 증거가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스마트폰 보급이 급격히 확산된 2012년 전후, 10대의 불안·우울·자해·자살 충동 지표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사회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저서 『Generation Anxiety』에서 “SNS가 청소년들, 특히 여성들에게 비교·열등감·외모 강박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밤늦게까지 휴대전화를 붙들며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청소년들, ‘좋아요’에 집착하며 정체성을 소비하는 10대의 모습은 이제 세계적 공통 현상이다. 뇌 발달이 미완성인 청소년들은 도파민 자극에 더 쉽게 중독돼,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감·초조감을 호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일자리·경제 압박도 한몫
스마트폰이 전부는 아니다. 연구진은 어린 시절 가정불화, 실직·저임금 일자리, 인플레이션과 생활고 등 사회경제적 요인도 젊은 세대의 불행을 키운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직업이 정신건강을 지켜준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오늘날 청년층의 고용 불안정은 오히려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전문가 “스마트폰 학교 금지 검토해야”
블랜치플라워 교수는 “스마트폰을 학교에서 금지하고, 젊은 세대를 다시 춤·운동·친구 관계 같은 현실 활동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브라이슨 교수는 “스마트폰만 탓하기보다, 양질의 일자리·지역 공동체 회복·가족 돌봄 체계 등 다층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신중론을 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단일한 해법은 없다”며, 청년층의 불행이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