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성장에도 소비심리 ‘위축’… 전문가 “구매력 유지 정책 시급”
베트남 경제가 올해 2분기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GDP가 두 자릿수에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소비자들의 지갑은 여전히 꽁꽁 닫혀 있다. 물가 상승과 일자리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가계는 필수재 위주로 지출을 제한하고, 불필요한 소비는 미루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다.
하노이에 거주하는 사무직 근로자 남(Nam) 씨는 “작년보다 월급이 조금 올랐지만 생활비 부담이 커져 먹거리·연료·공과금 외에는 지출을 줄이고 있다”며 “물가가 빨리 오르다 보니 계획보다 쉽게 지출이 초과될 수 있어 매번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호찌민시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란(Lan) 씨도 “손님들이 가격을 꼼꼼히 비교하고 프로모션을 기다리는 경우가 늘었다”며 “고가 제품은 구매를 미루면서 매출 회복이 더디다”고 전했다.
GDP 성장에도 소비심리 ‘최저치’
글로벌 소비자 데이터 조사기관인 월드패널(Worldpanel by Numerator)의 2분기 FMCG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GDP는 산업·서비스업 호조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소비자 신뢰지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1년 수준까지 떨어졌다.
특히 향후 12개월 내 경제 개선을 기대하는 소비자는 62%에 그쳐, 평상시(70~80%)보다 크게 낮았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교역 불확실성 ▲정부의 불량·위조 상품 단속 여파 ▲물가 상승과 고용 불안 등이 소비심리 위축 요인으로 꼽았다.

IFM리서치의 랄프 마태스(Ralf Matthaes) 대표는 “2025년에도 소비자들은 신중한 소비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비필수 지출보다 교육·식품·의료 등 필수 항목에 집중하고 있다”며 “소비자 41%가 저축 여력이 줄었다는 점은 소매업계에 큰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구매력 유지 정책 필요”
RMIT 베트남 아딜 아흐메드(Adeel Ahmed) 교수는 “올해 7개월간 GDP는 팬데믹 이전 평균보다 약 8%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내수 회복, VAT 인하 정책, 관광업 회복, 해외 송금 증가, 전자상거래 확산 등이 성장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물가 관리와 환율 안정, 구매력 유지 정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성장세 지속이 어렵다”며 “특히 중·저소득층을 위한 저리 소비대출 확대, 부채 구조조정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카 베트남의 레두이빈(Le Duy Binh) 소장은 “올해 정부가 성장률 목표를 8.3~8.5%로 상향했지만, 이를 달성하려면 내수가 최소 12% 성장해야 한다”며 “핵심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과 소비심리 회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거시경제가 안정되고 물가가 통제되며 사회안전망이 보장돼야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지갑을 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