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외에서 생산된 반도체에 대해 “머지않아 상당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내 생산과 투자를 확대하지 않는 기업을 압박해 제조업을 본토로 불러들이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각) 주요 기술기업 최고경영자(CEO) 20여 명과 가진 만찬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곧 칩(반도체)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며 “다만 미국 내에서 이미 공장을 짓고 있거나 투자 계획을 세운 기업은 면제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확한 시점과 세율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높지 않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의 팀 쿡 CEO는 괜찮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투자 확대 기업에 대한 면제 조건을 직접 예로 들었다. 애플은 최근 4년간 미국 내 6000억 달러(약 807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지만, TSMC·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처럼 미국 내 공장을 건설 중이거나 투자 의사를 밝힌 기업은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미 의회는 지난 2022년 반도체 연구·제조 지원에 527억 달러를 투입하는 ‘칩스법(CHIPS Act)’을 통과시켰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상무부는 이를 통해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내 공장 설립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미국의 반도체 생산 비중은 1990년 40%에서 현재 12% 수준으로 크게 떨어진 상태다.
이날 만찬에는 팀 쿡 외에도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사프라 캐츠 오라클 CEO, 샘 알트먼 오픈AI CEO,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기업·인공지능(AI) 친화적 입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불참했다.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 이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초대는 받았지만 참석할 수 없어 대표를 보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