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하노이 남성은 친구들과 결혼식 피로연을 마친 뒤 귀가하던 길에 갑자기 구토를 하고 어눌한 말투와 한쪽 팔다리 마비 증상을 보였다. 가족들은 단순한 주취 증세로 여겼지만, 곧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 진단은 ‘뇌졸중’이었다.
■ ‘술+탈수+저혈압’이 뇌를 덮쳤다
피해자는 직장인으로, 하루 종일 물을 거의 마시지 않은 채 야외 활동을 했고, 이어진 피로연에서 술만 과다 섭취하고 식사는 거의 하지 않았다. 바짝 마른 몸에 알코올이 들어가면서 급격한 혈압 저하와 혈액 농도 상승이 겹쳐, 결국 뇌혈관이 막힌 것이다.
하노이 박마이병원 중독통제센터에도 비슷한 사례가 접수됐다. 30대 남성이 술자리를 마친 뒤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하다 뇌경색을 일으킨 것이다. 검사 결과, 메탄올은 검출되지 않았지만 과도한 음주와 구토로 인한 탈수가 혈액을 끈끈하게 만들어 혈전이 생겼다.
■ “좋은 술도 많이 마시면 위험”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알코올은 30여 종의 감염병과 200여 가지 질환의 직접 원인이다. 국내 보건당국 추산으로만 해도 매년 20만명가량이 뇌졸중을 겪으며, 음주가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도안두만 박사(푸엉동종합병원 심뇌혈관센터 부원장)는 “질 좋은 술이라고 해도 과음하면 뇌혈관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특히 알코올·탈수·저혈압은 뇌졸중을 일으키는 ‘3대 살인자’”라고 경고했다.
알코올은 체내에서 혈관 확장, 부정맥, 혈관벽 손상 등을 유발해 혈전 형성과 뇌출혈 위험을 높인다. 또 간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독성 물질을 남겨 간경화, 출혈성 질환을 부추긴다.
하버드대(2019) 연구는 음주 후 약 12시간 동안 혈압이 뚝 떨어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 혈압이 90/60mmHg 이하로 내려가면 뇌는 산소와 영양분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어, 순간적인 빈혈 상태로 쓰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여름철엔 특히 주의
응우옌띠엔중 박사(바치마이병원 뇌졸중센터 부원장)는 “뜨거운 날씨에 탈수가 겹치면 혈액 점도가 상승해 심장이 무리하게 펌프질을 하게 되고, 이는 곧 혈전 발생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알코올의 이뇨 작용과 ‘가짜 포만감’까지 겹치면 체액 부족은 더 심각해진다.
2020년 국제 학술지 Stroke에 실린 연구도 “탈수 상태는 혈액량을 줄이고 뇌 혈류를 감소시켜 허혈성 뇌졸중의 위험을 급격히 높인다”고 지적했다.
■ 예방법은 물·절주·건강관리
전문가들은 ▲성인은 하루 1.5~2ℓ의 수분 섭취 ▲더운 날씨·운동·음주 시 추가 보충 ▲남성 하루 알코올 2단위 이하(주 5일 초과 금지), 여성 1단위 이하를 권고한다. 알코올 1단위는 330㎖ 맥주 캔의 3/4(5%), 와인 100㎖(13.5%), 증류주 30㎖(40%)에 해당한다.
만성질환자(심혈관·저혈압·부정맥 등)는 특히 조심해야 하며, 어지럼증·극심한 피로 시에는 혈압을 즉시 확인하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균형 잡힌 식사, 운동, 정기 검진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