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전자지갑 MoMo의 공동창업자 응우옌바디엡(Nguyen Ba Diep)이 베트남 정부에 핀테크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단일 규제 기관을 설립하고 더 유연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핀테크 기업들이 여러 부처의 중복 규제를 받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디엡 공동창업자는 16일(현지시간) 베트남 민간부문 경제포럼(VPSF)에서 "디지털화와 핀테크 관련 사안을 담당하는 단일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라이선스와 보고 절차에 과도한 시간을 쏟지 않고 본연의 전문 분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핀테크 기업이 최대 5개 규제 기관과 거래해야 하는 현실을 비판하며, 이로 인해 혁신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오픈 데이터와 오픈 API에 대한 법적 프레임워크를 구축해 은행, 보험사, 증권사, 핀테크 기업 간의 연결성을 강화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의료, 사회보장, 전자상거래 기록 등 비전통적 데이터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이 가능해지면 신용 평가, 자산 관리, 디지털 보험, 자금 시장 서비스가 크게 향상될 것"이라며 "대출 기관이 대출 금리를 개인화하고 안전한 차입자와 위험한 차입자를 더 잘 구분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핀테크 산업은 여전히 결제 부문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디엡은 디지털 뱅킹 파트너십을 다음 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핀테크의 고객 접근성과 은행의 자본·위험 관리 전문성을 결합하면 저축과 소액 대출 등 서비스를 소외 계층에게 확대할 수 있다"며 중국과 한국의 성공 사례를 언급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7월 1일부터 P2P 대출, 신용 평가, 오픈 API를 통한 데이터 공유를 대상으로 2년간 샌드박스 시범을 시작했다. 그러나 디엡은 "현재 샌드박스 승인 절차가 수년이 걸릴 만큼 느리다"며 "1~2개월 내 시범 라이선스를 발급하고 성공적인 파일럿은 정식 론칭으로 이어지도록 간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샌드박스 제도가 혁신 장려와 소비자 보호를 동시에 달성한 모범 사례"라며, 베트남도 '원스톱' 규제 기관을 통해 핀테크 시범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것을 촉구했다.
자본 조달 측면에서도 디엡은 핀테크 기업들이 수익화 전에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현행 규정상 누적 손실을 해소해야 상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기술 기업을 위한 새로운 IPO 프레임워크를 도입해 상장을 앞당기면 확장에 필요한 자본을 더 빨리 확보할 수 있고, 이는 전체 경제에 이익이 된다"고 역설했다.
베트남에는 약 200개의 핀테크 기업이 있으며, 90%가 결제, 평가 앱, 신용 평가 등 은행 부문에서 활동 중이다. 로보캐시 그룹에 따르면 베트남 핀테크 시장은 아세안(ASEAN)에서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2024년 시장 규모가 1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