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상징과도 같던 '휘발유 오토바이의 물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채비를 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강력한 환경 규제와 전기 오토바이의 급성장이 맞물리면서, 수십 년간 시장을 지배해온 일본·대만계 내연기관 제조사들이 전례 없는 실적 부진에 빠졌다.
◇ "휘발유차는 안 산다"... 5대 제조사 실적 '곤두박질'
베트남 오토바이 제조업체 협회(VAMM)의 자료에 따르면, 2025년 4분기에는 709,034대의 오토바이가 판매되어 2024년 대비 6.8% 감소했다. 혼다, 야마하, 피아지오, 스즈키, SYM 등 VAMM 회원사 5개 브랜드의 2025년 총 판매량은 2,615,057대로, 2024년 대비 1.5% 감소했다. 이는 전년 대비 1.5% 감소한 수치로, 팬데믹 직후였던 2021년 수준을 제외하면 지난 10년 사이 최저치에 해당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경기 부침이 아닌, 휘발유 오토바이 수요가 사실상 '정점'을 지나 붕괴 단계에 진입한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VAMM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오토바이는 가솔린 모델이다. 야마하는 전기 모델인 네오(Neo)를, 혼다는 아이콘 e:(ICON e:)를 판매하고 있지만 판매량은 미미하다. 한편, 나머지 회원사들은 아직 순수 전기 모델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앞서 언급한 260만 대 이상의 판매량은 시장 규모를 완전히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 소비자들은 VAMM 회원사인 5개 브랜드 외에도 VinFast, Dat Bike, Yadea, 그리고 BMW Motorrad, Ducati, Triumph, Kawasaki, Harley-Davidson, KTM 등 다양한 오토바이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다.
VAMM 회원사 중 구체적인 판매량을 공개한 곳은 혼다뿐이다. 혼다는 2025년에 2,245,562대를 판매하여 2024년 대비 4.6% 증가하며 베트남 이륜차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다. 혼다의 2025년 오토바이 시장 점유율은 VAMM 회원사 내에서만 약 85.9%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 하노이 '2026년 운행 금지' 폭탄... "탈 휘발유는 생존 문제"
휘발유 오토바이를 외면하게 만든 결정타는 베트남 당국의 강력한 규제책이다. 최대 시장인 하노이시는 당장 내년인 2026년 7월 1일부터 순환도로 1호선 내 도심 지역에서 휘발유 오토바이의 운행을 전면 금지하는 '저배출 구역(LEZ)' 정책을 시행한다. 경제 중심지 호찌민 역시 2028년부터 단계적 운행 제한에 들어간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지금 휘발유차를 사면 1~2년 뒤엔 도심에서 타지도 못할 것"이라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반면 빈패스트(VinFast), 닷바이크(Dat Bike) 등 현지 전기차 업체들은 대규모 할인과 배터리 교환 시스템을 앞세워 틈새를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실제로 빈패스트의 전기 오토바이 판매량은 전년 대비 500% 이상 폭증하며 일본계 브랜드의 점유율을 갉아먹고 있다.
◇ '혼다' 이름값도 무색... 뒤늦게 "전기차 뽑겠다" 허둥지둥
그간 내연기관 모델에 안주했던 기존 강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시장 점유율 80%를 상회하며 '오토바이의 대명사'로 불리던 혼다조차 2025년 판매 성장세가 둔화되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야마하와 스즈키 등은 아직 주력 전기 모델조차 내놓지 못한 상태다.
뒤늦게 혼다는 2026년부터 베트남 현지에서 전기 오토바이 조립 생산을 시작하고, 2027년 초 100만 원대 저가형 전기 모델을 출시하겠다는 고육책을 내놨다. 야마하 역시 빈패스트 등이 선점한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 사업에 뒤늦게 뛰어들기로 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의 탄소 중립 의지가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며 "2026년 하노이의 운행 금지가 본격화되면, 휘발유 오토바이를 주력으로 하는 제조사 중 일부는 베트남 시장에서 존폐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GMV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