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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프레드릭: 기질을 안다면?

요즈음 MZ 세대들은 MBTI 없이는 대화가 어렵다는 말을 한다. 자신을 소개할 때 MBTI 유형을 구분하는 선호지표인 알파벳 기호를 따라, J 또는 P로 E 또는 I 등으로 소개한다. 거의 30년 전 우리나라에 소개된 선천성 선호도 검사인 MBTI가 젊은 세대에게 이처럼 각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일상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면서 외부로 향하던 시선이 본인 자신에게로 향하게 되고 자신의 내면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 이유가 아닐까 싶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타인에게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MBTI의 유행은 이런 인간의 본성과 더불어 젊은 세대들이 애매모호하고 긴 설명을 극혐하며 간결한 글귀와 사진을 게시하면서 자신을 어필하는 그들의 SNS 문화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성격처럼 모호한 심리적 영역도 간결하고 분명하게 네 개의 알파벳으로 정의할 수 있는 MBTI는 MZ세대에게 선풍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 현상은 젊은 세대의 불안을 역으로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다. 불안감이 높거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할수록 검사를 통해 즉각적으로 자신이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애매모호함을 견디며 시간을 두고 자신을 발견해 가는 인내심은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불안할 때 우리는 확실한 규정이나 주어진 지침을 따라 행하며 안도하고 즉각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고자 한다.

 

한편 MBTI는 성격을 단정 짓는 검사가 아니라 선천적 선호도 검사임을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판단하거나 결정할 때 생각이 앞서느냐 감정이 앞서느냐 하는 등의 개인의 선천적 선호 영역 등을 집합하여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단지 16개의 유형으로 구분하는 검사이다. 그러나 파란 색으로 구분된 빛깔 안에도 다양한 색이 존재하는 것처럼 동일한 유형일지라도 성장 환경이나 자신이 처한 사회적 환경에 따라 현재 모습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그러므로 MBTI 유형을 단편적으로 해석하고, 더구나 간이본으로 온라인 상에서 검사하여 그 결과를 맹신하는 것은 적합한 태도가 아니다. 특정 유형의 좋고 나쁨을 가르는 도구가 아니라 유형별 설명에 따른 선입견이나 편견을 내려 놓고,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서로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MBTI와 더불어 실제로 상담실에서 많이 사용하는 심리검사에는 TCI와 MMPI가 있다. 그 중 TCI를 소개하며 기질과 성격에 대한 설명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읽을 그림책으로 ‘프레드릭’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실 상담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내담자는 스스로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문제 되는 갈등 상황이 왜 반복 되는지 분별하게 된다. 그러나 심리 검사를 통해 객관화된 결과를 보면 좀 더 쉽게 받아들이고 객관화시켜 스스로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TCI는 개인의 타고난 기질과 성장하면서 형성된 성격의 구성 요소들 각각이 전체 인구 집단에서 어느 정도의 수준에 해당하는지 알려준다. 인성(Personality)을 크게 기질과 성격으로 구분하며, 인성 발달에 영향을 미친 타고 난 기질적 영향과 성장하면서 형성된 성격의 영향을 이해할 수 있는 유용한 검사다.

 

TCI는 아이를 양육하는 일과 관련해서도 실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도구로 여겨진다.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해 필요한 자원인 좋은 성격과 인성을 길러주는 것 아니겠는가! 개인의 성격은 타고난 기질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양육 받느냐에 따라서 그 양상이 달라지고 인성도 달리 형성된다.  TCI의 기질의 척도는 자극 추구, 위험 회피성, 사회적 애착을 이루기 위해 사회적 보상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전적인 경향성인 사회적 민감성 (Reward Dependence보상 의존성) 그리고 보상 받았던 행동을 지속적으로 해내려는 타고난 경향성인 인내력 (Persistence)으로 구성 된다.

 

예를 들어, 자극 추구 성향이 높은 아이는 새로운 자극에 끌리며 행동이 활성화 되는 유전적 경향성이 커서 흥분이나 보상을 추구하는 탐색활동을 하기 좋아하고 처벌이나 단조로움은 적극적으로 피하는 성향을 띤다. 반대로 자극 추구 성향이 낮은 아이는 성미가 느리고 호기심이 부족하며 정적이다. 익숙한 것을 편히 느끼고 새로운 자극에는 오히려 저항적 태도를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쉽게 흥분하지 않기 때문에 화도 더디 낼 수 있다. 양육자는 아이들의 행동이나 반응이 고유의 기질임을 이해한다면 훨씬 마음 끓이지 않고 아이를 바라보며 장점을 키워주고 단점을 보완해 가면서 아이도 편하게 느낄 수 있는 양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TCI에서 성격의 척도는 자율성, 연대감 그리고 자기 초월성이다. 자율성은 자신을 책임있는 한 개인으로 인식하고 자신이 선택한 목표와 가치를 이루기 위하여 행동을 상황에 맞게 통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척도값이 높을 때는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연대감은 자신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이 척도값이 높을 때  타인을 공감하고, 수용하는 능력이 크다. 자기초월 척도는 생소하게 여겨질 수 있으나 자신을 세상 만물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척도값이 높은 경우 몰입 혹은 마음 챙김 같은 창조적 자기 망각의 경험을 잘 하고 인권이나 환경 문제 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또한 실패나 고통을 겪을 때 평정심을 유지 혹은 되찾는 회복탄력성을 발휘한다.

 

 

그림책 ‘프레드릭’의 주인공 들쥐인 프레드릭은 괴짜이다. 아마도 이 자기 초월성 척도가 높았을 것 같다. 농사가 다 끝난 초겨울의 황량한 들판에 남겨진 한 헛간에서 분주하게 겨울 식량을 모으는 수다쟁이 들쥐 가족들 가운데 프레드릭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햇살이 내리 쬐는 돌담 위에 올라서서 한가하게 일광욕을 즐기는 듯 하다. 그런 프레드릭을 가족들은 재촉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그저 뭘하고 있는지 물어 볼 뿐이다. 프레드릭은 그도 일한다고 답한다. 추운 날씨를 대비해 햇살을 모으고 칙칙한 잿빛 겨울 풍경을 대비해 빛깔을 모으고 있다고 여유있게 답한다. 그러던 어느 날 돌담에 올라서 조는 듯 보이는 프레드릭을 향해 한 들쥐가 나무라 듯 말하지만 그는 이야기를 모으고 있다고 담담히 말한다. 그렇게 겨우살이 준비가 끝났고 들쥐 가족은 헛간에 몸을 숨기고 모아둔 식량으로 연명한다. 그리고 마침내 겨울의 끝자락, 양식은 떨어져 돌담 사이로 들어오는 겨울 바람이 더 차갑게 느껴질 때 프레드릭은 가족을 위해 자신이 모아둔 양식을 나눠준다. 눈을 감고 있는 들쥐 가족은 찬란한 금빛 햇살, 파란 덩굴 꽃, 붉은 양귀비꽃 초록 딸기 덩굴을 그리며 온기를 느낀다. 그리고 프레드릭이 노래하는 사계절을 들으며 그를 시인이라고 칭찬한다.

 

 

부지런히 살아야만 한다고 교훈하는 개미와 배짱이 이야기에 익숙한 내게 프레드릭은 엄마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나의 삶과 관계를 돌아 보게 만들었다.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또 수용 받는다는 것은 인생 가운데 반드시 경험해야 하는 경이로운 경험 아니겠는가! 프레드릭이 프레드릭으로 살 수 있도록 서로를 세워 준 들쥐 가족 이야기로 스산한 우리 마음 가운데 금빛 햇살과 다채로운 빛깔이 비춰지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중독자 회복 모임에서 간구하듯 함께 읽는 라인홀트 니버의 글을 마음으로 읊조린다.

 

내가 변화시킬 수 없는 것들은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주시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들은 변화시키는 용기를 주시고,

이 두 가지를 구별할 줄 아는 지혜를 주소서.

 

-최상미 상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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