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남부 지역의 인프라 시장이 빈그룹, 선그룹, 타코(THACO), 도나쿱 등 국내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들 기업은 메트로, 항만, 고속도로 등 수십조에서 수백조 동 규모의 메가 프로젝트를 통해 남부 경제 지형을 재편하려는 전략적 경쟁에 뛰어들었다.
호찌민시, 메가 프로젝트 중심지로
호찌민시에서는 도시의 판도를 바꿀 대규모 프로젝트가 주목받는다. 선그룹은 꾸찌(Cu Chi) 지역에 사이공강변 도로와 메트로 노선을 건설하고, 약 4,100헥타르의 황금 부지를 대가로 받는 파격 제안을 내놨다. 빈그룹은 껀저(Can Gio)와 도심을 잇는 메트로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며, 총 76~102조 동(약 30~41억 달러)를 투자한다.
한편, 공공 프로젝트인 메트로 2호선(벤탄-탐르엉)은 47조 9천억동(약 21억 달러) 규모로, 11km 구간을 따라 6개 주요 구를 연결한다. 이 프로젝트에는 다이둥-꽝핫(Quang Hat) 컨소시엄 등이 EPC(설계·조달·건설) 계약자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
동나이·항만 프로젝트로 확장

인프라 경쟁은 동나이성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도나쿱-비나캐피털 컨소시엄은 호찌민시와 롱탄 국제공항을 잇는 38.5km 메트로 노선 건설에 65조 동(약 26억 달러)를 투자, PPP(민관협력) 방식으로 추진한다. 이는 기존 메트로 1호선을 연장해 공항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적 프로젝트다.
타코는 까이멥하(Cai Mep Ha) 항만에 50조 동(약 20억 달러) 이상을 투자, 국제 물류 허브로 키운다. 다이꽝민(Dai Quang Minh)은 동쏘아이(Dong Xoai)-4번 순환도로 연결 프로젝트(1단계 22조 6,560억 동)를 제안하며 지역 간 연계를 강화한다.

공공 프로젝트도 속도
민간 투자 외에도 호찌민시 3번 순환도로(75조 4천억동), 호찌민시-목바이 고속도로(19조 6천억동), 비엔호아-붕따우 고속도로(17조 8천억동) 등 공공 프로젝트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프로젝트는 남부 지역의 교통망을 촘촘히 연결하며 경제 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다.
정책 변화가 ‘촉매’ 역할
이 같은 투자 붐은 최근 법·제도 변화에서 비롯됐다. 2020년 PPP법은 민간 투자자의 프로젝트 제안권을 법적으로 보장, 적극적 투자를 유도했다. 2025년 철도법과 국회 결의 188/2025/QH15는 메트로 프로젝트의 투자 절차를 최대 3년 단축하고, 호찌민시에 승인 권한을 위임했다. 법 90/2025/QH15는 지방 정부의 투자 승인 권한을 강화, 프로젝트 처리 속도를 높였다. BT(토지-인프라 교환) 모델의 부활도 부동산 중심 기업들의 참여를 끌어냈다.
호찌민시 도시철도관리위원회(MAUR) 판 꽁 방 위원장은 “절차 간소화와 민간 주도권 강화가 투자 제안을 활성화했다”고 밝혔다.
리스크도 만만치 않아
그러나 과열 양상 속 우려도 제기된다. 첫째, 메가 프로젝트가 연결 생태계 없이 ‘인프라 섬’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건설 자재, 특히 모래 공급 부족이 위협이다. 자재 광산 직접 할당을 허용한 결의 106이 6월 30일 만료되며, 자재난이 현실화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승인 속도 못지않게 자재 공급과 통합적 계획이 중요하다”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