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월급 700만 동(약 38만 원) 받는 노동자가 5~6년 모으면 집 한 채 살 수 있었다. 지금은 36년을 모아도 2억 원짜리 2룸 아파트 한 채 못 산다.”
최근 베트남 부동산연구원(VIRES)이 주최한 ‘제1회 남부 다이내믹 부동산 포럼’에서 탕롱로이(Thang Loi) 그룹 두옹롱탄 회장은 이렇게 개탄했다. 그는 “집값 상승률(연 12~20%)이 소득 상승률(연 6~8%)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며 “이 격차가 계속되면 노동자들의 ‘내 집 마련’ 꿈은 영영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건설부가 지난 3분기 발표한 자료는 그의 말이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전국 평균 아파트 분양가는 ㎡당 7800만 동(약 420만 원), 신규 공급의 30% 이상은 1억 동(약 540만 원)을 넘었다. 호치민시 평균은 9100만 동(약 490만 원), 도심 주요 프로젝트는 1억2000만~1억5000만 동(650만~810만 원)에 달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 CBRE와 나이트프랭크는 “호치민 신규 아파트 60%가 ㎡당 1억 동을 넘었고, 6000만 동 이하 저가 주택은 사실상 시장에서 사라졌다”고 밝혔다.
반면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노동자 평균 월급은 830만 동(약 45만 원)에 불과하다. 도시 노동자는 1000만 동(약 54만 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1년 내내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겨우 1㎡를 살 수 있는 셈이다.
원마운트그룹 연구에 따르면 연소득 2억 동(약 1080만 원) 가구가 2룸(60~70㎡) 아파트를 사려면 추가 비용을 제외하고도 36년 이상 저축해야 한다. 그런데 하노이·호치민 가구의 54%는 연소득이 2억 동도 안 된다. 사실상 대다수 서민은 도심 아파트 구매가 불가능한 구조다.
비콘스(Bcons) 그룹 레우탁 회장은 “베트남은 현재 5300만 명이 넘는 생산연령 인구와 41%가 넘는 도시화율을 보유하고 있다”며 “대도시로 인구가 몰리면서 주택 수요는 폭발하는데, 공급은 고가 위주라 소유 가능성과 수요 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공급 구조 왜곡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으며 △고급 대형 아파트 위주 개발 △토지비·건설비·대출 이자 등 투입 비용 급등 △복잡한 인허가 절차로 사업 기간 길어져 금융비용 증가라고 말한다.
두옹롱탄 회장은 “기업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의 강력한 정책 개입을 촉구했다. 그는 △저가·소형 주택 공급 촉진 정책 △행정 절차 간소화 및 비용 절감 △서민·청년 첫 주택 구입자 지원 제도 도입 등을 주문했다.
그는 또 “부동산은 투기 대상이 아니라 ‘살기 위한 집’이라는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며 “15분 생활권 콤팩트 도시 모델을 도입하고, 소형·고효율 주택을 대폭 늘려야 실수요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베트남 부동산 시장은 실수요가 70~80%를 차지하지만, 정작 이들을 위한 주택은 찾아보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방치하면 사회 불만과 계층 갈등이 깊어질 것”이라며 조속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