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중고 반도체 장비 수입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첨단 기술 확보와 산업 생태계 조성을 가속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베트남 과학기술부는 최근 '2025년 제30호 시행규칙(Circular 30/2025)’을 발령하고, 반도체 생산과 디지털 기술 연구·개발(R&D)에 사용되는 중고 생산라인 및 장비의 수입 조건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번 규정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용으로 수입되는 중고 기계·장비의 허용 사용 연한은 기존 10년에서 최대 20년으로 두 배 늘어났다. 반면 대학과 연구기관 등 교육·연구 목적의 장비는 사용 연한 제한이 전면 폐지됐다.
응우옌 안 뚜언 베트남 정보기술산업국 대표는 “현장 조사와 글로벌 반도체 기업, 국내 수요 기업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한 것”이라며 “20년 기준은 현재 베트남의 기술 수준과 산업 수요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선”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수입이 허용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기술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중고 장비는 ▲노후·저품질·환경오염 기술 목록에 포함되지 않을 것 ▲수입 금지·제한 기술에 해당하지 않을 것 ▲에너지 효율 및 산업 안전과 관련한 베트남 기술 표준을 충족할 것 등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특히 생산라인의 경우 추가 조건이 붙는다. 설계 당시 대비 가동 효율이 85% 이상 이어야 하며, 원자재·부품·에너지 소비량은 설계 기준 대비 115% 이내로 제한된다. 정보기술산업국은 “과도하게 노후화돼 효율이 낮거나 에너지 소모가 큰 생산라인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생산 목적과 교육·연구 목적에 따라 규정도 차별화했다. 교육·연구용 장비는 연한 제한이 없지만, 효율성과 에너지 소비 기준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는 고가의 반도체 장비 특성을 고려해 대학과 연구기관의 인프라 투자를 유도하려는 취지다.
뚜언 대표는 “기업과 대학·연구기관이 투자 여력에 맞는 기술을 도입하면서도, 기술적 기준은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행정 절차도 간소화됐다. 기존의 사전 심사 방식에서 사후 관리 중심 체제로 전환돼, 수입 시에는 관련 서류와 기준 충족에 대한 서면 확약만 제출하면 통관이 가능하다.
다만 규제 완화와 함께 관리·감독도 강화된다. 연구용으로 신고한 장비를 생산에 사용하는 등 목적 외 사용이 적발되거나 허위 신고가 확인될 경우, 전량 재수출 명령과 함께 추가 행정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이번 조치는 베트남 반도체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든 시점에 나왔다. 지난 1월 중순, 베트남 통신기업 비엣텔(Viettel)은 하노이 인근 호아락 하이테크파크에서 32나노 공정 기반 첫 반도체 공장 착공에 들어갔으며, 시범 생산은 2028년으로 예정돼 있다. 같은 달 말에는 FPT가 박닌성에 칩 패키징,테스트 공장을 개소해 올해 중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부이 호앙 프엉 과학기술부 차관은 지난 1월 2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베트남은 설계, 제조, 패키징·테스트에 이르는 반도체 가치사슬을 점진적으로 완성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반도체는 국가 첨단산업의 핵심 전략 기술”이라며 “이번 정책은 반도체 기술 자립을 위한 기초를 다지는 첫 단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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