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자국 역사상 최초의 반도체 제조 공장(팹·Fab) 건설에 착수하며 '반도체 주권' 확보를 위한 첫발을 뗐다. 그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단순 조립과 테스트(OSAT)에 머물렀던 베트남이 직접 칩을 찍어내는 제조 국가로의 전환을 선포한 것이다.
◇ '32나노 공정'으로 2028년 가동 목표 베트남 최대 국영 통신기업 비엣텔(Viettel)은 지난 16일 오전, 하노이 호아락(Hoa Lac) 하이테크 파크에서 반도체 제조 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축구장 약 38개 크기에 달하는 27헥타르(약 27만㎡) 부지에 들어서는 이 공장은 32nm(나노미터·10억 분의 1m) 공정 기술을 채택할 예정이다.
비엣텔의 따오득탕(Tao Duc Thang) 회장은 "2027년 말까지 건설과 기술 이전을 완료하고 시범 생산에 들어갈 것"이라며 "2028년부터 2030년까지 공정 최적화를 통해 글로벌 표준에 맞춘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공장에서 생산될 칩은 5G 통신장비를 비롯해 항공우주, IoT(사물인터넷), 자율주행 자동차, 의료기기 등 베트남 국가 기간산업 전반에 공급될 예정이다.
◇ 설계 넘어 '제조'까지... 마지막 퍼즐 맞춘다 그간 베트남은 반도체 밸류체인 중 설계와 후공정 단계에는 참여해 왔으나, 가장 난도가 높고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제조(Fabrication)' 역량은 전무했다. 국내 설계 기업들도 생산은 전량 대만 TSMC나 삼성전자 등 해외 파운드리에 맡겨야 하는 실정이었다.
비엣텔은 이번 공장 건설을 통해 설계부터 시제품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내재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5G 칩 설계 경험을 보유한 비엣텔은 국제 협력과 기술 이전을 통해 제조 노하우를 빠르게 습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반도체는 곧 지정학적 안보"... 2040년 인력 10만 양성 이날 기공식에 참석한 팜민찐(Pham Minh Chinh) 베트남 총리는 반도체 산업을 단순한 경제 부문을 넘어선 '지정학적 안보 자산'으로 정의했다. 찐 총리는 "반도체 역량이 없는 국가는 전략적 자율성과 경제 발전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어렵지만 지속 가능한 길인 '핵심 기술의 국산화'를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마중물 삼아 2030년까지 5만 명, 2040년까지 10만 명 이상의 반도체 전문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해당 공장은 이론 교육과 실제 생산 현장을 잇는 교육 거점 역할도 겸하게 된다.
◇ '글로벌 파운드리' 판도 변화 주목 업계에서는 베트남의 이번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32나노 공정은 삼성이나 TSMC의 초미세 공정(3나노 이하)에 비하면 구세대 기술이지만, 자동차나 가전용 전력 반도체 등 범용 칩 시장에서는 여전히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이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제조 기반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은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도 기회이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향후 동남아 지역의 새로운 반도체 허브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굿모닝베트남미디어





















